초고령사회 진입, 지속적인 만성질환자 증가 등 사회‧인구학적 현상으로 건강보험 진료비가 100조 원이 훌쩍 넘은 현 상황에서,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건강보험료 지출 증가 요인’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건강보험 실질 지출이 30% 가까이 증가했는데, 가장 큰 요인은 고령화나 진료빈도 증가보다 병원들의‘과잉진료’에 따른 의료비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과잉진료의 첫 번째 주범은 국민건강 보호보다 영리 추구(수익 창출)가 목적인 불법개설 의료기관(사무장병원 또는 면허대여 약국)이다. 불법개설기관은「의료법·약사법」에 따른 의료기관·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주체의 명의를 빌리거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요양기관으로 사실상의 영리병원·약국을 말한다.
더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막고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불법개설 의료기관 대응을 위한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수년째 진행 중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동안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가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09년 부터 약 3조 6,100억원), 이 뿐만 아니라 과잉진료 남발, 무면허 수술, 시설 불법 증‧개축에 따른 안전관리 소홀 등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불법개설기관의 폐해로 국민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사건 중 하나가 2018년 1월에 발생한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이다. 동 병원은 환자안전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병원설비 허위 신고, 당직의료인 중 간호사 미배치 등 안전관리 소홀 및 건물 불법 증‧개축에 의한 병원화재로 막대한 인명피해(사망 47명, 부상 112명) 초래하였으며, 정부기관의 합동수사결과 사무장병원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불법개설기관은 영리추구가 주목적이기에 질 낮은 의료서비스 제공, 과잉진료 남발 및 각종 불법행위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등 건강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는데, 사무장병원과 일반의료기관을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병상운영비율이 일반의료기관이 29.2%인데 비해 사무장병원은 43.3%로(한의원의 경우 일반 6.9%, 불법 23.7%) 월등히 높아 불필요한 입원을 유도하게 되며, 의원 외래 항생제 처방률의 경우 일반기관이 26.6%인데 비해 사무장병원은 43.2%로 1.6배 높아 환자안전 의식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보험사기 연루, 무자격자 진료 등 환자안전을 저해하는 불법부당행위는 헤아리기도 힘든데, 공단에 따르면 지난 `24.10월 기준 불법개설기관이 부당하게 청구한 비용 약 3조 400억원을 환수처분하였으나, 실질적인 징수율이 고작 7.93%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재정이 누수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새정부에서‘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위해‘사무장병원 단속’을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현재 수사 기간이 평균 11개월이나 걸리는데 비해 공단 조사 전문인력을 활용해 3개월 이내로 단축될 전망으로, 불법개설자의 재산은닉을 방지하여 부당청구 금액에 대한 환수율이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이 납부하는 소중한 보험료로 운영되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단일 보험자로서 불법개설기관에 재정이 지급되지 않도록 엄격하고 촘촘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는 ’25.8.7.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 대구시의사회 등 관내 5개 의약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불법개설기관 개설자에 대한 처벌과 부당이득 환수 강화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 도입과 관련해 지지결의를 얻어내고 긴밀히 협력 중에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5.9.22.~11.21까지 2개월 동안 의료질서 훼손 등 불법개설 폐해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을 유발하고자 일반국민 및 내부종사자를 대상으로 불법개설기관 집중(자진) 신고기간 운영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또는‘The건강보험’모바일 앱을 통해 신고 가능하다. 의심기관에 대한 국민의 소중한 제보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불법개설 의료기관 근절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