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에서 건강보험료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서, 불법개설기관 문제는 마음 한편에 걸린 숙제였다.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은 단순한 위법사례가 아니라, 국민이 성실히 납부한 건강보험료를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구조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공단은 병·의원, 약국의 요양급여 청구 자료를 통해 특정 기관에서 반복되는 과잉청구, 비정상적인 진료 패턴, 설명하기 어려운 환자 이동경로 등을 마주하게 된다. 데이터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바탕으로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불법개설의 혐의점이 보이면 관련 자료를 정리해 수사기관에 의뢰하게 된다. 그러나 수사의뢰 후 실제 수사까지 평균 11개월 길게는 3년 넘게 소요되고, 그 사이 해당 기관은 폐업을 하거나 명의를 바꾸고 재산을 빼돌린다. 또한, 불법개설로 최종 수사결과가 나더라도 이미 지급된 보험재정은 상당 부분 회수되지 못한 채 국민의 부담으로 남는다. 신속한 수사와 처분을 위해 공단에 수사권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불법개설기관 단속을 위한 공단의 특별사법경찰 권한 제도 도입 주장은 보험자로서 당연히 져야 할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을 갖추자는 이야기가 된다.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관리 주체로, 요양급여 청구 데이터와 축적된 분석 및 현장조사 경험을 통해 이러한 범죄행위를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기관이며,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재정적 피해를 떠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도입이 의료시장을 통제하거나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특사경은 의료행위의 적정성이나 진료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아닌 자와 약사가 아닌 자의 불법 개입이라는 명백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선량한 의사나 약사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권한 또한 불법개설기관 단속으로 엄격히 한정되며, 수사의 전 과정은 검찰과 사법체계의 통제를 받기에 독자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공단 직원으로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정직하게 개설하여 진료하는 다수의 의료기관과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불법개설기관의 예방과 퇴출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건강보험재정의 누수 방지로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국민이 낸 보험료를 제대로 사용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하는 일은 공단의 책무이자 존재 이유다. 그리고 흐트러진 의료질서 정립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의료질서를 확립하는 일,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도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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